책 소개
나와 너, 우리를 춤추게 하는 푸른푸른 말
김선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댄스, 푸른푸른』은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등으로 널리 알려진 김선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모두가 마음 아팠던 ‘그해 봄’ 이후 시인은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통해 수많은 십대들을 만났다. 아픈 학교 안에서도 아름답게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본 그 시간이 고스란히 이 시집에 담겼다. 시집에 등장하는 소녀는 자신과 주변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 나간다. 씩씩하게 한 그루 나무처럼 걷는 소녀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도 어느새 “난 내가 좋아, 네가 좋아. 우리라서 좋아!” 하고 외치게 될 것이다. 김선우 시인의 『댄스, 푸른푸른』은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 열네 번째 권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아픈 학교 안에서도 아이들은 아름답게 자란다.”
김선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김선우는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녹턴』 등의 시집은 물론 다수의 장편소설과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김선우 시인이 청소년시집을?’ 하고 생각한 독자라면 시집 끝에 수록된 「시인의 말」에 주목해 보자. 스스로 고백하듯 시인은 청소년시집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여겨 왔다. 그런 시인이 청소년들과 함께 읽을 시집을 낸 까닭은 많은 아이들을 잃었던 ‘그해 봄’, 좀 더 아이들 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다니며 만난 청소년들이 힘차게, 또 다양한 결로 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청소년시집을 쓰기로 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시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고 싶었다.
김선우 시인은 1~3부 62편의 시를 통해 우리에게 ‘눈부신 연두’를 선물한다. 그 연두는 혼자 힘으로 당당히 서는 자신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용기,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순수함, 나와 내 주변을 위로하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다.
“지난 시간 내가 만나 온 아이들이 이 시집의 창작자다. 나는 다만 쓰는 자로서의 몸을 빌려준 것일 뿐. 내 안에서 오래 산 소녀가 종종 빙그레 웃었다. 다행이었다. 잘 사랑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유의 감각, 순수의 힘, 꿈에 대해 낙관하려 한다. 십 대를 건너는 친구들이 눈부시고 고단한 바로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통과하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 「시인의 말」에서(114~115쪽)
“나와 너, 우리를 춤추게 하는 푸른푸른 말”
연둣빛 푸른 청소년을 노래하다
소녀와 소년은 이제 막 자라는 새싹, 연둣빛 십 대이다.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사이 어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까지도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이 시집은 본래 아이들의 것이었던 푸른 시간과 생생한 말을 우리 눈앞에 보인다.
나는 하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가 될 테다!
꿈에서 결심한 순간,
“야, 이놈아, 뭐 해 먹고살려고 이러니?”
꿈 밖에서 선생님이 소리쳤다
흠, 이런 잔소리는 귓등으로나 흘릴 테다!
나는 꿈에서 깨지 않으려고 꿈속으로 막 달렸다
― 「수업 시간에 꿈꾸기」 부분(36쪽)
땅에 가까운 내 몸이 푸르러진다
하늘에 가까운 내 몸이 맑게 깨어난다
어느새 나는 걷는 나무
발은 땅을 딛고 머리와 꿈은 하늘로
스스로 웅장해지지 매일매일
나만의 리듬으로 자유롭게
나만의 새잎들이 가슴에서 돋아나지
― 「걷는 청춘」 부분(105쪽)
우리는 춤을 추지 우리에겐 한계가 없어 가능성이란 그런 뜻이지 나는 나의 가능성, 무한히 열려 있지 내 인생은 내 거야 뭐가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좋고 뭐가 된 뒤에도 나는 그 뭐에 묶이지 않을 거니까
난 니가 좋아 너랑 함께 댄스, 푸른푸른! 이 시간이 그냥 좋아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말, 생생한 푸른푸른 말
― 김선우, 「댄스, 푸른푸른!」 부분(106~107쪽)
“네가 웃으면 봄이다. // 네가 웃어야 봄이다.”(「봄 -너에게」, 18쪽)십 대를 보내는 청소년들이 웃지 않는다면 어른들의 조언과 충고가 무슨 소용일까. 중요한 것은 결국 어른들이 아니라 ‘나’와 ‘너’이다.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이 시집 곳곳에서 숨 쉬는 것을 보며 청소년들 역시 ‘나만의 푸른푸른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네가 아프다는 걸, 내가 알아.”
귀 기울여 듣고 깊이 포옹하다
『댄스, 푸른푸른』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소녀가 자주 등장한다. 그 소녀는 교실 구석에서 시들어 가는 꽃, 피가 날 것처럼 손등을 긁는 옆자리 친구, 지진으로 집을 잃은 지구 저편의 아이들, 굶주린 북극곰,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 겪으며 간신히 봄을 보낸다. 소녀가 전하는 위로와 공감은 성급하지 않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것에 마음을 나눠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곁을 지킨다.
은지는 우등생이다
그런데 은지는 자주 연필을 깎는다
요즘은 손목이나 얼굴 어딘가 멍이 들어 있을 때가 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나는 우등생도 아니고
우리 집은 은지네처럼 잘살지도 않는데
나는 왠지 은지가 가엾어서 울고 싶다
은지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엄마 아빠가 차려 준 따뜻한 밥을 먹여 주고 싶다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 주고 싶다
― 「은지의 연필」 부분(45~47쪽)
엄마는 이제 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은선아, 뭐든 너 하고 싶은 걸 해. 네가 행복하면 엄마는 다 좋아.
아무래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친구들에게 빚을 진 것 같다,고 가끔 생각한다
추웠을 친구들에게 내가 끓인 따뜻한 죽을 먹이고 싶다
― 「그 봄, 내가 처음 끓인 죽」 부분(57~59쪽)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탁, 하고 내놓게 하다
이 시집을 먼저 읽은 인디고서원의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마음을 툭 터놓게 하는 시의 힘에 주목했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그냥 나니까 나답게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최은수(17세)
시를 읽으며 몸 안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타민을 먹는 기분이랄까? -송현진(18세)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애쓰시는 게 때론 벅찹니다. 이 시집은 그런 제 마음을 대신 말해 줬어요. -황보효윤(18세)
이 시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생각했어요. -양다건(19세)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으며 자신의 속말을 아프지 않게 돌아보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청소년들을 보듬는 시인의 마음이 시마다 아낌없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선우 시인은 이 시집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무한한 지지와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이번에 출간된 박찬세 시집 『눈만 봐도 다 알아』와 김선우 시집 『댄스, 푸른푸른』까지 총 14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6월에는 청소년이 쓴 청소년시 『와, 드디어 밥 먹는다』가 출간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킬 노래들을 이어 나갈 것이다.
저자 소개
김선우 (글)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2000년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을 펴내었으며, 2002년 첫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2003년 어른이 읽는 동화 『바리공주』, 같은 해 가을 두 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