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 소개
시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행길
『시로 만든 집 14채』는 김성장 시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문학관과 생가, 묘소 등을 2년간 여행하며 기록한 에세이이다. 방문지 소개와 경험 기술이 주가 된 단순 기행을 넘어 저자의 개성적인 시각이 만들어 낸 자유로운 감상이 다채롭다. 시인과 시에 얽힌 일화, 시인의 행동에 대한 역사적・이념적 논란거리, 저자가 시인을 만났던 때의 경험 등 시인의 과거는 문학관이라는 현재를 만나 홀로그램처럼 복원되며 저자의 언어로 새롭게 부활한다. 글의 대상이 된 시인은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김남주, 김병연, 김수영, 박두진, 박인환, 서정주, 신동엽, 신석정, 오장환, 유치환, 윤동주, 이육사, 정지용, 조병화 총 14명이다(가나다순). 저자가 소개하는 익숙한 시인들의 낯선 모습에서는 재미를, 익숙한 사건의 낯선 해석에서는 지적 호기심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차례
머리말 4
1 열린 하늘이 보이는 윤동주의 집 11
2 도봉산 자락 아래 김수영의 집 29
3 고향 안동 마을 너머 이육사의 집 49
4 바다, 섬, 도시 그리고 유치환의 집 69
5 금강을 바라보고 있는 신동엽의 집 89
6 1950년대 명동으로 간 박인환의 집 111
7 영월 어느 산골짜기 김병연의 집 129
8 안성평야에 쌓아 올린 조병화의 집 149
9 바람 같은, 돌 같은 박두진의 집 169
10 길이 모이고 흩어지는 신석정의 집 189
11 선운리 폐교에 자리한 서정주의 집 211
12 해바라기가 가득한 오장환의 집 233
13 실개천이 흐르는 옆 정지용의 집 251
14 땅끝마을 농부의 아들, 김남주의 집 271
자료 출처 292
추천의 말
이 책은 문학 기행에 대한 하나의 답안처럼 보인다. 시적 광휘와 산문적 명징함이 살아 있는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덧없이 해체되어 가는 한국인의 정서적 근거지이자 마음의 고향들이 안내자에 따라 얼마든지 재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문학관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책에 갈증을 느끼던 차에 참으로 반가운 책을 얻게 되었다.
-김형수(시인, 신동엽 문학관 사무국장)
시의 배경은 시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대로, 시를 둘러싼 시인의 삶과 시공간적 배경은 시보다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시인들의 삶과 시적 아우라가 집약된 문학관을 찾는 이유다. 저자는 거기서 한 시인의 삶과 시가 지니는 빛을 프리즘처럼 다채롭게 분광하여 보여 주면서 그것이 우리의 삶에 던져 주는 의미를 찾아낸다.
-복효근(시인, 남원 송동 중학교 교사)
저자 소개
김성장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장래 희망란에 ‘화가’라고 썼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공고 기계과에 진학했고 거기서 문학 하는 선배들을 만나 시를 끄적였다. 직업 군인 생활을 마치고 공장에 취직하여 용접공으로 살다가 스물일곱 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재주는 시원치 않았으나 시, 소설, 평론 등 마음 가는 대로 그저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를 좋아했다. 최근에는 붓글씨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림이든 글이든 글씨든 모두 ‘쓰는’ 행위이니 결국 원래 희망대로 붓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행복한 생각을 한다.
시인, 서예가, 전직 국어 교사. 1988년 『분단 시대』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서예 시집 『내 밥그릇』, 정지용 시 해설서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등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사진, 글씨와 함께 정성스레 쌓아 올린 이야기
『시로 만든 집 14채』는 김성장 시인이 2년간 『옥천 신문』에 연재한 글 중 12편을 엄선하고, 미발표 원고 2편을 더하여 완성한 책이다. 문학관 11곳(윤동주, 김수영, 유치환, 신동엽, 박인환, 김병연, 조병화, 신석정, 서정주, 오장환, 정지용), 생가 3곳(신석정, 정지용, 김남주) 외에 묘소, 자료실, 기념관, 시비 등을 방문하며 쓴 글을 모았다. 기존 원고도 그대로 수록하지 않고 많은 부분을 다듬었으며, 저자가 직접 찍은 현장 사진을 함께 담았다. 또한 서예가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이 드러나는 캘리그래피로 각 시인을 대표하는 시구를 적었다. 각 편의 시작을 장식하는 다양한 서체의 글씨는 독자에게 시를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기행의 과정과 주변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책
『시로 만든 집 14채』에는 문학관에 가는 방법이나 주변의 맛집 정보는 나타나 있지 않다. 지금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정보가 되지 못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책에는 기행의 공간과 풍경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사유를 기록했다. 시만 읽어서 느낄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서정을 시인의 집과 마을, 문학관을 거니는 여정 속에서 발견하고 있다.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김성장 시인의 여행에 동참한 듯이 그가 방문한 장소를 머릿속에 그려 보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난고 김삿갓 문학관은 만해 문학 박물관과 박인환 문학관보다 더 좁다란 계곡 사이에 있다.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 주변에 곰봉·형제봉·마대산·어래산이 둘러싸고 있다. 김병연이 설령 역적 집안의 운명에 얽히지 않았더라도 이 산골짜기에 처박힐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어찌 그 파격과 파자와 희작이 한 뼘 산골짜기 사이에 끼어 낑낑거리고 있을 수 있겠는가.
(「영월 어느 산골짜기 김병연의 집」 중에서, 147쪽)
버스를 타고 안성 시립 보개 도서관으로 가는 길 내내 하늘이 뿌옇다. 평택 시내를 벗어나면서 띄엄띄엄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길가의 상점들, 그 사이로 벌판이 스쳐 가고 저만큼씩 야트막한 산들이 있다. 이 도시는 그동안 내가 다닌 문학관이 있는 도시 중 어느 곳과도 비슷한 이미지가 없다. 벌판뿐이다. 그 벌판은 광야라 하기에는 좀 작고, 들판이라 하기에는 좀 황량하다. 계절 탓도 있으리라.
(「바람 같은, 돌 같은 박두진의 집」 중에서, 175쪽)
시인의 눈으로 본 시로 만든 집 14채
『시로 만든 집 14채』에서 시인의 문학관, 생가, 묘소 등은 고정된 과거의 건축물이 아니라, 저자의 여정을 따라 생동하는 현재의 공간이다. 저자는 문학관에 소장된 자료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무엇이 모여 문학관을 이루었는지를 설명하였고, 건축물의 구조와 시비의 위치가 가지는 의미까지 분석하였다. 생가를 방문했을 때에도 단순히 그 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풍경이 어떻게 시인의 작품 세계를 이루었는지를 함께 탐구하였다. 저자의 눈에 시인의 생가와 마을은 시를 낳은 집이고, 문학관과 묘소는 시로 만든 집이었다.
제3 전시실은 입구부터가 특이했다. 군데군데 녹슨 철문이 왠지 서늘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물 얼룩이 남아 있는 시멘트 벽 위로 영상을 뿌리는데, 마치 상처 입은 배경에 윤동주의 삶을 보여 주면서 시대의 흔적과 관람자를 대면케 하려는 것 같았다. 집을 오직 생존과 주거의 공간으로만 인식해 온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건축물 자체를 서정과 서사의 공간으로 만들어 그곳에 들어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흔드는 것, 그것이 현대 건축의 힘인가 싶다.
(「열린 하늘이 보이는 윤동주의 집」 중에서, 74쪽)
작가 조직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아쉬움을 느낀 게 하나 있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작가는 직접 만나 본 뒤에는 작품의 맛이 반감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학관과 생가 기행은 그렇지 않다. 시의 배경은 시를 배반하지 않는 것 같다. 시인이 태어난 집, 시인이 살던 마을, 시인이 보고 거닐었을 들과 산과 골목은 시인의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시의 서정을 확장한다.
(「땅끝마을 농부의 아들, 김남주의 집」 중에서, 277쪽)
저자 소개
김성장 (글)
시인, 서예가 전직 국어 교사, 1988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서예 시집 『내 밥그릇』, 정지용 시 해설서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기행 산문집 『시로 만든 집 14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