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 뿔

창비청소년시선33

이장근
출간일
3/3/2021
페이지
112
판형
145*210mm
ISBN
9791165700508
가격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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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못한다는 말을 들이받아 뿔

성난 황소처럼 들이받아 뿔”


불불 뿔, 희망을 소환하는 무적의 주문 



이장근 시인의 청소년시집 『불불 뿔』이 출간되었다. 이장근 시인은 청소년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동물에 비유하여 50편의 시로 담았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동물에 비유한 발상이 기발하고 참신하다. 또한 시인이 손수 그린 그림을 실어 시집의 특별함을 더했다. 시가 그림과 만나 짝이 되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시를 읽는 재미에 더해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그림 솜씨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이장근 시인은 오랜 시간 중학교에서 생활한 교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 시집은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는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쓰였다. 시집의 제목 ‘불불 뿔’은 절망의 상황을 ‘아니불(不) 아니불’이라는 이중 부정으로 들이받아 강한 긍정으로 바꿔 주는 희망의 주문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주저앉게 만드는 부정적인 것들을 깨부술 용기를 주는 긍정의 주문이다. 『불불 뿔』은 그 제목의 의미처럼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따스한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시와 그림이 어울려 짝이 되다

청소년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장근 시인의 신작 청소년시집
 

『불불 뿔』에 실린 모든 시에는 하나같이 동물이 등장한다. 언뜻 보기에 동물 시집인 듯하다. 그러나 시집의 주인공은 엄연히 우리의 청소년이다. 벌써부터 개구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꼬리를 떼어 내려고 흔들어 대는 이 “열다섯 올챙이”(「열다섯 올챙이」)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좌충우돌한다. “살살 쓰다듬는 손에는/털이 되고//덥석 잡으려는 손에는/가시가 되”(「고슴도치」)는 고슴도치로 변신했다가 “초록을 만나면 초록이 되어//빨강을 만나면 빨강이 되어” 누구와도 “공감하는”(「카멜레온」) 카멜레온이 되기도 하고, “도토리 같은 생각을 물고 뛰어다니는”(「도토리와 묵」) 다람쥐가 되어 “꼬리를 물음표 모양으로 말고/생각의 껍질을 까”(「도토리와 묵」) 보기도 한다. 시인은 이렇게 동물들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청소년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자유분방한 그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 낸다.


흰색이 바탕일까

검은색이 바탕일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무늬가

내 존재감이야



적성? 재능?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야



최고가 되고 싶지는 않아



난 인생이라는 초원을 뛰노는

행복한 무늬야

―「얼룩말」 전문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나 “비밀이 생기면/목이 길어”졌다가 “목이 빠져라/내일을 기약”(「고백해, 기린」)하며 “겨울 속 봄”(「나비의 계절」)을 찾는 풋풋한 마음이 있다. “숨는 게 아니라/옆에 있어 주”(「카멜레온」)면서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한집에 살지만” 각자의 “고집”(「비버 가족」)에 사는 가족에게서 외로움을 느끼고, 부모님이 다투는 날에는 “달팽이관처럼 이불을 말고 누워” 찢어질 것 같은 “고막 같은 방문”(「춤추는 달팽이」)을 쳐다보는 마음이 슬프다. ‘스카이 대학’에 가기 위해 방학 중에도 ‘속성’ 학원을 다니다가는 자칫 “속도가 낳은 돌연변이가 될 것 같다”(「터널뱀」)는 생각에 불안하기만 하다. “커서 뭐가 될 거냐”는 부모님 잔소리에 “클 만큼 컸다”고 반항도 해보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커야 할 것 같다”(「이팔청춘 개냥이」)며 슬그머니 한발 물러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집 짓기를 좋아한다



한집에 살지만

각자의 집에 산다



아빠는 아빠 집에

엄마는 엄마 집에

나는 내 집에



고집에



가깝고도 먼 외딴집에서

우리는 각자 외롭다

―「비버 가족」 전문







“우리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제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청소년들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라고 어깨를 으쓱해 보지만 “열다섯 올챙이”들은 “개구리 되려면 아직 멀었다”(「열다섯 올챙이」)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나 철부지인 것만은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호랑이는 호랑이답게」) 비틀린 세상과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바라보는 눈이 매서울 때가 있다. 아파트 단지 안의 새 둥지를 전기톱으로 잘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 이기적이다”(「빼앗긴 둥지」)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하고,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아 헤매듯 오로지 “한 표를 찾아” 여기저기 어슬렁대면서 “입으로만 봉사”(「치즈 하이에나」)하는 정치꾼 어른들의 가식을 꼬집는 성숙한 일면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니 “개구리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해서 청소년들의 생각과 발언을 가벼이 흘려듣거나 낮추볼 수만은 없다. 그들도 제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고, 어른들 못지않은 판단력과 비판 의식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소년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내가 되기 위해/달리고 달”(「치타가 달리는 이유 2」)리며 성장해 나간다.

세상의 모든 집은 감옥이야

집주인이 만든 규칙을 지켜야 하거든

그곳에서 나는 내가 아니야

내가 만든 규칙이 아니니까

나는 단지 누군가의 규칙을 따르는 존재일 뿐이야

착하다는 말은 집어치워

그건 자유를 버렸다는 거야



가출하는 거냐고?

아니! 내 집을 찾아가는 거야

―「고양이의 완벽한 이사」 부분







“못한다는 말을 들이받아 뿔!”

불불 뿔, 안과 밖을 뒤흔드는 무적의 주문


청소년은 아직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즉 “절망 속에서 희망을 부르는 주문”이 있다면 “세상에 못할 일은 없”(「불불 뿔」)다. 하늘로 솟기도 하고 땅으로 꺼지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사는 “오합지졸” 같기만 하지만, “막춤도 춤”이고 “무질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까마귀 떼 고고」)라고 항변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시인은 누구보다 잘 헤아린다. 시인은 “단지 누군가의 규칙을 따르는 존재”(「고양이의 완벽한 이사」)로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가시 울타리를 뛰어넘어 “인생이라는 초원”(「얼룩말」)에서 자유롭게 뛰놀기를 바란다. 획일적인 생활과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흔들고 싶은 대로 고고”(「까마귀 떼 고고」), 명랑하고 유쾌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이중 부정’이거나 ‘강한 긍정’의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세상을 맘껏 즐기기를 바란다.

아니불 아니불 불불 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부르는 주문

이중 부정으로 들이받아

강한 긍정으로 바꿔 버려



자! 시작해 볼까



시험을 망쳤니 뿔

망쳐 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할 수 없어

엄마한테 혼났니 뿔

혼나 보지 않은 사람은 혼자 설 수 없어

절망에 빠졌니 뿔

절망 없는 인생은 희망도 없어

희망이 없었니 뿔

없는 게 아냐 절망을 뒤져 봐

―「불불 뿔」 부분







신미나 시인은 추천사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마에 근질근질 뿔이 돋을 것 같고, 송곳니가 챙, 하니 솟을 것 같고, 답답한 세상을 향해 성난 코끼리처럼 코를 흔들고 싶어집니다.”라고 말한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향해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은 주어지는 게 아니고/찾아가는 거”(「아름다운 쳇바퀴」)다. 적성과 재능은 어른들의 잣대일 뿐, 바탕색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탕색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최고’가 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야”(「얼룩말」)라고 당당히 말할 때 비로소 “바람의 속삭임”을 귀 기울여 들으며 “멀게만 느껴지는 나”(「나무와 늘보」)의 본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 시집이 지금보다 더 나은 맑고 푸른 세상을 가꾸어 나가는 데 참된 교과서가 되고, ‘꿈을 업고 가는 낙타’가 되어 “내 방식대로 하늘을 마음껏 주무”(「코끼리 점프」)르는 희망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낙타는 혼자 갈 때도

혼자 가는 게 아니다



혹 하나 혹 둘

혹을 업고 간다



더위도 추위도 목마름도

혹이 있어 견딜 수 있다



나도 혼자 가지만

혼자 가는 게 아니다



꿈 하나

꿈 둘



아직 멀었지만

아직도 가고 있다

―「낙타」 전문





시인의 말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예술가인지 모르는 것 같다. 예술의 속성은 호기심이다. 끊임없이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고 다른 것과 결합해서 새롭게 거듭난다. 시 역시 예술이어서 시 혼자 있지 못한다. 그림과 결합하고, 음악과 결합하고, 연극과 결합하고, 사진과 결합하고, 영상과 결합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한다. 예술이 예술가를 만났으니 신나게 어울린다. 시에 대한 에너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준 것이지만, 다른 매체와 결합하는 에너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우리는 함께 간다. 

아이들이 쓴 수첩을 읽으면서 시와 그림을 결합한 시집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혼자만의 결심으로 끝날까 봐 아이들 앞에서 약속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시작하고 며칠 못 가서 포기하는 날이 많았다. 단순히 시 옆에 그림을 그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합이란 서로 다른 두 개가 하나가 되는 것이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도 하지만, 한쪽이 기울지 않도록 각자 비워 내는 부분도 있어야 했다. 아이들과 나의 결합도 그래야 한다는 듯이. 이 시집은 아이들과 내가 주고받았던 에너지가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추천사

주의하세요! 이 시집 속에는 서커스장을 탈출한 동물들이 삽니다. 똑바로 앉지 않고 거꾸로 앉는 박쥐도 있고, 어항 밖으로 점프하는 금붕어도 있고, 자신의 바탕색이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개의치 않는 얼룩말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울타리 안의 동물이 사람인지, 울타리 밖의 사람이 동물인지 헷갈립니다. 그림과 시가 만나 짝이 되었습니다. 어깨동무하고 가는 원숭이와 사람처럼 그 모양이 다른 듯 비슷하네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마에 근질근질 뿔이 돋을 것 같고, 송곳니가 챙, 하니 솟을 것 같고, 답답한 세상을 향해 성난 코끼리처럼 코를 흔들고 싶어집니다. 왜냐하면 이 시집은 우리가 지키려고 가둔 것이 정작 무엇을 잃게 했는지 되묻게 하니까요. 동물은 서로에게 먼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으니까요.  - 신미나 (시인)



 

저자 소개

이장근 (글)

열네 살 때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 때 다시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로 오 년마다 다른 중학교에 입학한다. 교사가 되어서는 전입이라 해야 하지만, 나는 입학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중학생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들을 닮아 가는 부분도 많다. 나는 십 대를 닮는 것이 좋다. 십 대는 서툴게 그려졌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림 같다. 나 또한 그런 그림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런 시집을 내고 싶다.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2010년 푸른문학상 새로운시인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시집 『꿘투』, 『당신은 마술을 보여 달라고 한다』,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그림책 『아기 그리기 ㄱㄴㄷ』 등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