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툰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위로, 마음 시툰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는 사계절을 테마로 일상 속 소중한 사소함을 포착해 시툰으로 표현해 냈다. 가벼이 스쳐 지날 수 있는 일상 속 단면들을 프레임에 담았다. 대화창 속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연연하고, 산책을 보채는 반려견의 눈빛을 무시하지 못해 피곤한 몸을 추스르고,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매일 보는 그가 있을까 기대하는 장면 들에서 화가 김성라의 차분하나 신선하고, 부담 없이 옹골찬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 역시 시인 박성우가 참여하여 대중의 마음을 보듬는 시를 뽑았다. 학창시절 들어 보았던 시에는 익숙한 시를 새롭게 읽을 수 있음을, ‘배우는 시’와 ‘즐기는 시’가 다를 수 있음을 알려 주려는 시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고사리 가방』, 『귤 사람』을 통해 제주의 자연과 생활을 그려 내 호평을 받은 김성라가 시를 새롭게 바라본 감상을 만화로 표현했다. 평소 시를 좋아했다던 마음을 수줍게 내비치며 스스로 고른 시를 작품에 보태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순간을 조명하여 거기에 시심을 불어넣은 화가의 해석과 안목이 돋보인다.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시심 포착의 순간들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에는 사계절을 테마로 일상에서 사소히 겪는 희로애락을 잡아내 시심을 불어넣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춰 뛰다가 눈에 들어온 꽃눈이 달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것을 보고는 한숨 돌리는 순간을 황인숙의「봄눈 오는 밤」과 함께 엮고(봄 눈, 10쪽), 한여름 귀가하는 사람들의 흐트러진 매무새에서 그들의 열심히 살아낸 하루를 엿보고는 김종삼의 「묵화」를 은근히 더하는 식이다.(수고했어요, 136쪽) 가족들과 다툰 후 무작정 집 밖에 나와 아파트 벽에 드리운 행인들의 그림자를 눈여겨보며 다시금 가족과 집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고,(나의 그림자, 276쪽) 눈길을 걸어 도착한 친구의 집 앞에 친구를 닮은 눈사람을 빚는(눈 속에 벗을 찾아갔다, 322쪽)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이 20편의 시와 어우러져 독자들의 마음에 여유의 틈을 만들며 비집고 들어간다.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름 모를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사연과 고민을 갖고 있으나 이를 격렬하게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내면에서 가다듬는 편을 택한다. 웹툰은 이러한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통해 시가 행간에 숨겨 놓은 빈 구석을 슬쩍슬쩍 보여 주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와 웹툰이 만드는 또 다른 세계가 바로 이 간극에서 펼쳐진다.
괜찮은 하루를 만드는 주문 “용기 있게, 가볍게”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는 길에 죽 늘어서서 걸어가는 개미들을 보고는 ‘용기 내서, 가볍게 달려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제목을 따왔다. 시에도 괜찮은 위로가 숨어 있다고, 행간에 숨어 있는 많은 이야기 중에 당신에게 소근대는 목소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그러니 시를 가벼이 즐겨보라고 권하는 듯도 하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독자들이 다시금 힘을 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면 했던 시인과 화가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제목이 아닐까 한다.
차례
김성라의 말
박성우의 말
봄 눈 + 황인숙 「봄눈 오는 밤」
보이지 않아 + 박소란 「상추」
미루나무 + 작자 미상 「한숨아 세 한숨아」
나의 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가장 밝은 산책 + 최현우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꽃 침 + 함민복 「봄 꽃」
용기 있게, 가볍게 + 오봉옥 「등불」
수고했어요 + 김종삼 「묵화」
빗방울 하나 사람 하나 + 김광섭 「저녁에」
햇볕이 뜨거운 날 + 작자 미상 「창(窓) 내고자」
작은 다리 정류장 + 유희경 「그리고 당신의 자리」
어느 날, 내가 찾은 방법 + 허수경 「글로벌 블루스 2009」
가을장마 + 김기택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사소한 일 + 황동규 「즐거운 편지」
종이 위에 남는 건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나의 그림자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여러 겹의 마음 + 나희덕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노랗게 빛나는 새벽 + 안도현 「모닥불」
눈 속에 벗을 찾아갔다 + 이규보 「눈 속에 벗을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
좋아한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선택의 가능성」
저자 소개
김성라 (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사리 가방』, 『귤 사람』을 쓰고 그렸으며, 독립 출판물 『돼지섬』, 『돼지씨의 옷장』, 『눈사람 귤사람』 등을 펴냈다.박성우 (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어른을 위한 동화 『컵 이야기』가 있다. 『아홉 살 마음 사전』 『난 빨강』 등 어린이·청소년책을 다수 냈다. 신동엽 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