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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실타래처럼 얽힌 교육 현장의 난제를 풀기 위한 주체들의 대담
세계 최고의 학습 노동량, 청소년 자살률, 사교육비, 입시 경쟁 등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우리 교육의 난제들을 풀기 위해 주체들이 뭉쳤다. 『대전환 시대, 학교를 말하다』는 포항 지진과 코로나 19 상황까지 국가 재난 상황 속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네 차례 무사히 주관한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교사, 학생, 학부모를 만나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담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에는 4차 산업 혁명, 코로나 19, 저출생 고령화, AI 기술 발전 등 사회적 대전환의 기로에 있는 지금, 교육 대전환에 우선시되어야 할 미래 교육의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다. 또한 오랫동안 교육 한 길을 걸어 온 저자의 미래 교육에 대한 통찰과 자신의 이론과 철학을 거듭 검증하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고교학점제는 ‘트로이 목마’
대담자들은 우리 교육계에서 입시 위주의 주입식 수업과 오지선다형의 구시대적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음을 말하며, 그 노력의 결실이 초등학교에서는 혁신학교로, 중학교에서는 자유 학기제와 지유 학년제 도입으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그로 인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미래 역량을 길러 줄 다양한 수업과 평가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아직도 입시라는 벽 때문에 주입식 수업과 오지선다형 상대 평가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담자들은 대전환이라는 엄청난 변화와 기회를 타고 ‘고교학점제’가 트로이 목마가 되어 입시라는 벽을 무너뜨리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우선 교육 과정부터 바꾸겠지만, 분화된 과목 수에 맞게 교사의 전문성도 변화해야 하고, 선택 과목에 맞게 교실도 최적화해야 하며, 학생들마다 수강 과목이 다르니 절대 평가를 도입할 수밖에 없고,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새로운 대입 제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교학점제는 트로이 목마다. 교육 개혁을 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 트로이 목마는 큰 장벽이 있을 때 사용한 전술이에요. 대입이라는 장벽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포기하고, 학원만 보내는 식으로 대응해 왔어요. 그런데 이 공교육 틀 안에, 변화를 거부하는 틀 안에 트로이 목마를 집어넣는 거예요.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 줄 겁니다. 처음에는 ‘그것 뭐 별것 아니니까 그냥 하자.’고 생각하겠지요. 교육 과정만 조금 바꾸면 되는 줄 알겠지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고교학점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다 바꿔야 돼요. 교사, 공간, 교육 과정, 평가…… 이 모든 것을 바꿔야 돼요. (1장 「학부모와의 대담」 30쪽)
‘수능 Ⅰ’은 자격 고사, ‘수능 Ⅱ’는 서술식·논술식 국가 고사
대담자들은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현재 수능의 오지선다형 문항이 타당한 잣대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수능을 주로 보는 정시 입학생과 내신을 주로 보는 수시 입학생을 비교하며, 수능 시험이 타당하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수능 성적이 높으면 대학 학점이 높을까요? 안 높습니다. 수능 성적과 대학 성적은 관련성이 매우 낮아요. 그런데 내신 성적과 대학 학점은 상당히 관련성이 높아요. 수능이라는 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시험인데, 그 성적과 실제 대학에서의 성적이 관계가 별로 없다면 지금의 수능 시험이 잘못된 거죠. 시험을 바꾸어야 해요. (3장 「학생과의 대담」 169쪽)
또한 어릴 때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풀 수 있는 ‘킬러 문항’이라고 하는 초고난도 문항으로 인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수능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45만 명의 수험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문항으로 시험을 치고, 채점도 초고속 스캐너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할 만하지요. 그런데 길게 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교육을 받는 기간 12년과 그 외에 학령 전 교육 기간이나 재수, 삼수 기간 동안에 정말 공정하게 게임을 했느냐고 따진다면 수능은 매우 불공정해요. 계층에 의한 편차가 훨씬 심하기 때문이지요. (2장 「교사와의 대담」 141쪽)
대담자들은 수능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비판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고교학점제에서 찾고자 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개별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오지선다형의 수능과 상대 평가 방식의 입시 제도가 서술식·논술식 문항과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그에 따라 입시 제도도 함께 바뀔 거예요. 저는 내신 성적은 그대로 가고 수능을 자격 고사화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상위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오지선다형이 아닌 서술식・논술식 시험인 ‘수능 Ⅱ’를 국가 고사화했으면 좋겠어요. (2장 「교사와의 대담」 149쪽)
미래 학교에서는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
대담자들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 인구의 감소, 온라인 매체의 발달로 인한 학교 경계의 유연성, 고교학점제로 인한 학교 공간의 변화 등으로 인해 미래에는 학교의 역할과 기능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에 이어 학교는 더 이상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배우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의 기능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시대’에서 ‘학습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어요. ‘가르침의 공간’이 아니라, 이제는 ‘배움의 공간’으로 학교가 변화해야 돼요. 그리고 가르치는 교사 중심의 학교 설계, 구조, 정책이 배우는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해요. (1장 「학부모와의 대담」 34쪽)
또한 학교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에게 진로와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수업 방식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대답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 개혁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이 책은 교육 대전환을 설계하기에 앞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는 의도로 기획하였다. 거대 담론, 구조적 시각, 정책적 시각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 대전환을 설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와 행위,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 이상과 현실을 모두 고려하고 조화롭게 설계해야 우리 교육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교육 개혁, 교육 혁신의 담론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거대 담론 중심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교육 주체, 즉 학생・교사・학부모를 직접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 대전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197쪽)
추천사
교육 대전환의 시대. 학교에는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입시 개혁, 학교・학생 자치, 진로・적성 맞춤형 교육, 혁신학교, 교직 문화 개선, 교사 전문성 제고 등 위로부터 내려온 게 아닌 현장으로부터 터져 나온 교육 개혁의 목소리가 참으로 생생하다. 교육 행정과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육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_ 박도순(제1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이제 학교는 지식 전수에 그치지 말고 학생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갈 능력을 길러 주는 데까지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교육 주체들이 무엇을 문제시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시도는 참으로 가치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새로운 변화에 맞춰 해법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_ 김진경(국가교육회의 의장)
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 교육은 현안 대응을 넘어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교육 대전환이라는 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교육 한 길을 걸어 온 저자의 미래 교육에 대한 통찰과 의지, 또 주체들과 호흡하며 교육의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고, 변화의 길을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린다. _ 유은혜(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4차 산업혁명, 학령 인구의 급감, 인공 지능의 보편화, 세대 갈등의 확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등 대전환 시대에 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교사, 학생, 학부모의 생각을 묻고 있다.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동안의 이론과 철학을 거듭 검증하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려는 대담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_안민석(국회의원)
|대담 진행|
성기선
|대담자|
- 학부모: 고희정, 정희경, 최용우
- 교사: 김진영(의왕부곡중 교사), 김태호(구리갈매고 교사), 최영인(수원신곡초 교사)
- 학생: 김재윤(경기과학고 학생), 신효정(의정부여고 학생), 조현우(구리갈매고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