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도 모르게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이 있다!”
어느 순간 와짝 넓어진 어깨를 발견하는 청소년들의 성장 비밀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청소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청소년시집이다. 이상하게도 어제까지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였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청소년’이라는 말이 붙는다. 얼떨결에 청소년이 된 아이는 경계에 있다. 이 시집에는 경계를 넘는 중인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마음과 일상, 학교생활과 친구들 이야기, 갑자기 달라져 보이는 주변과 세상 등을 그린 청소년시 60편이 담겨 있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 말로 노래한 시를 읽는 동안 청소년들은 ‘너도 모르게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 넘어졌어도 괜찮아’ 하고 속삭이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은 ‘창비청소년시선’ 세 번째 권이다.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출간된다.
“무엇인가가 변할 것 같아 불안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제 막 경계를 넘는 청소년들의 노래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등장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전의 청소년시들이 주로 고등학생 또래 아이들이 겪는 학업 스트레스, 가출, 몽정, 부모와의 갈등 등을 소재로 다루었다면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경계를 넘는 중인 청소년의 걱정과 불안, 울고 싶은 마음 등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우리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청소년들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아직 ‘아이’라고 여기거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를 섣불리 ‘청소년’으로 넘겼다. 며칠 사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었을 뿐인데 덜컥 ‘아이’ 대신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이제 중학생이니 다 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워진다. 무엇인가가 변할 것 같고 변해야만 할 것 같아 불안하다. 중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조재도 시인은 이제 막 ‘초등학생’ 꼬리표를 뗀 청소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걱정, 몸과 마음의 변화, 갑자기 달라져 보이는 주변과 세상에 주목했다. 경계에서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중학생들의 속마음을 담은 것이 이 시집의 특색이자 장점이다.
1부 ‘너한테만 말할게’에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청소년의 섬세한 감성을, 2부 ‘춤추는 초코파이’에는 학교생활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3부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에는 사춘기 소녀·소년의 내밀한 마음과 일상을, 4부 ‘어른이 되면’에는 자기 주변과 자연, 세상에 대한 발견을 담았다.
“우리는 그리 단조롭지도, 순진하지도 편안하지도 않다.”
청소년들의 불안과 걱정, 그들만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시
어떤 청소년시를 읽고 싶으냐는 물음에 많은 청소년들이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시를 읽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어른들이 짐작하거나 바라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리 단조롭지도, 순진하지도 편안하지도 않다.”라고(‘창비청소년시선’ 1, 2권을 읽은 청소년들의 의견에서 발췌함).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은 청소년들의 바람대로 청소년들의 불안과 걱정, 그들만의 문화와 정서를 그들의 말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담아냈다.
초딩 땐
엄마가 없으면 불안했는데
중딩이 된 후
엄마가 옆에
있으면 불안하다
- 「엄마」 전문(10면)
우리들 마음에도
개구리눈 같은 구멍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와 싸워 말도 안 할 때
아이들이 놀려 열 팍팍 받을 때
압력 밥솥처럼 부글부글 끓어
마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일 때
주전자 뚜껑에 난 공기구멍처럼
쉭쉭 김 빠지는 구멍이 있었으면 좋겠다
꽉 닫힌 마음에
열린 구멍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 「개구리눈」 부분(64~65면)
몸과 마음이 변하는 두려움과 기대(「사춘기」 11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몰라 드는 걱정(「걱정」 14~15면, 「꿈」 44면), 괴롭힘을 당하거나 외톨이가 된 친구를 볼 때의 복잡한 마음(「외톨이」 21면, 「신나영」 38~39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말 못 하는 수줍음(「말하기 어려운 말」 20면) 등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살핀다. 내밀한 마음이 담긴 시들을 읽는 동안 청소년들은 일기장을 공유하는 듯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어느 순간 어깨가 와짝 넓어지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담은 시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은 아이에서 이제 막 한 뼘 더 자라기 시작한 청소년의 성장을 따뜻하게 공감하고 드러낸다. 코 밑이 거뭇해지거나 목소리가 변하면 어떨지 겁나고, 키는 안 크고 살만 찌면 어쩌나 고민도 된다(「사춘기」 11면). 동생과 싸워 속상해하다가도(「따라쟁이」 12~13면) 어떤 때는 내가 한 말이, 내가 하는 생각이 어른스러운 것 같아서 마음이 흐뭇해진다(「큰 나무」 17면). 지금은 아무리 애써도 잘 되는 것 하나 없어 고민인 청소년들에게 어느 순간 와짝 넓어진 어깨를 발견할 거라고, 나도 모르게 두 바퀴로 세상을 씽씽 달리는 것처럼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니 함께 기다려 주겠다고 손을 내민다(「자물쇠가 열리는 순간」 70~71면).
나에게도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 같은
그런 때가 있어요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수십 번 넘어지고 일어나 다시 타도
또 넘어질 때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두 바퀴로 세상을 씽씽 달릴 때처럼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이
있답니다
(…)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넘지 못하던 벽을
어느 순간 훌쩍 뛰어넘는
그런 때가 있답니다
-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순간」에서(70~71면)
“우리도 쓸 수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시를 읽고 싶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 주는 시
그동안 우리는 시를 공부의 대상으로 여겨 왔어. 거기서부터 망하게 된 거야. (중략) 그렇지만 얘들아, 시라는 게 정말 그게 다일까? 분석하고 문제 풀고 시험 보는 게 다일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 어느 가을날 집에 오는 길에 하늘 저 멀리 붉게 펼쳐져 있던 노을, 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때 꽃향기에 이끌려 꽃잎에 얼굴을 가까이 해 보고 싶은 마음, ‘왜 나무들의 아기를 열매라고 하지?’와 같이 불현듯 솟구치는 질문,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짓게 되는 조개 무늬 눈웃음, 그 속에 살짝 깃든 분홍빛 부끄러움. 시는 바로 이런 것 속에 숨 쉬고 있어.
- ‘시인의 말’에서(112~113면)
조재도 시인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오랫동안 청소년과 함께 생활했다. 청소년과 함께 시를 읽고 쓰는 활동을 해 오며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과 여린 속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청소년들이 시를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느끼고 자신을 표현하는 노래로 만나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 시집에 실린 60편의 시들은 청소년의 자기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엄마한테 들키기 싫은 비밀이 생기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청소년들은 시를 읽는 즐거움과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얻는다. 내 이야기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이 시집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섣불리 결심하지도 않는다. 대신 때를 기다리는 여유를 찾고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는 동안 어렵고 지겨운 시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바로 곁에게서 들려주는 친구 같은 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조재도 (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서라벌고, 공주사대를 졸업한 후 대천고, 공주농고, 안면중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민중교육'지 사건(1985), 전교조 결성(1989)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