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

전국 중고생들의 학급 문집 글 모음

하경화
엮음
정희성 고용우 김영호 최재봉
출간일
7/25/2016
페이지
224
판형
150*200
ISBN
9791186367339
가격
10,000원
-

책 소개

 



전국의 중고교 학급 문집에서 엄선한 학생 글 모음집

519종의 학급 문집에서 고른 77명의 글 68편



창비와 한겨레 신문사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2년도부터 ‘우리 반 학급 문집 만들기’ 캠페인을 열고 있다.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는 2015년 이 행사를 통해 제작된 519종의 학급 문집에서 77명의 학생이 쓴 글 68편을 엄선하여 엮은 책으로 청소년들이 주변과 관계 속에서 겪은 일들과 감상이 담겨 있다. 전국의 중고등 학교 교사 24명이 예심 심사 위원으로 함께하였으며, 정희성 시인과 최재봉 기자, 고용우, 김영호, 하경화 교사가 엮은이로 참여했다. 책의 제목인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는 경기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최은영 학생이 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스루 양말」과 같은 학교 재학 중인 최태연 학생이 쓴 「메리야스 입는 날♪」에 착안하여 지은 것이다. 선생님으로부터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를 선물로 받은 신선한 경험, 그것을 신고 입으며 느낀 생경한 감촉, 친구들과 함께 나눈 동질감이 청소년의 시선으로 참신하게 표현된 귀여운 작품이다.



 



시스루 양말처럼 여리다가도, 메리야스처럼 시원시원한 청소년의 모습들

성장의 틈을 비집고 나온, 청소년들의 이야기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에는 다채로운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자신의 고민부터 가족, 친구,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내었다. 시와 소설, 수필은 물론 독서 토론문, 편지글, 만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모인 작품들은 조금 서툴러 보이더라도 애써 꾸미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은 그들의 ‘진짜’ 이야기이다.

청소년들은 독서실 귀퉁이에 써 있는 낙서를 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혼자 눈물짓고, 담배를 피우는 아빠의 건강이 걱정되어 아빠의 외투에서 몰래 담배를 훔쳐 내기도 한다. 소파의 틈 속에 세상을 상상하는 엉뚱한 모습도 보이는 반면, 세월호 사건․위안부 문제 같은 사회 문제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이 책의 1부에는 ‘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글이 담겨 있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청소년들의 깊은 마음이 새삼 예쁘게 보인다. 2부에는 ‘일상’을 겪으며, ‘사물’을 바라보며 사색한 글들을 엮었다. 때로는 엉뚱하고 독특하게, 때로는 깊이 있게 일상을 잡아내는 청소년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그 속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성 친구를 남몰래 좋아하는 마음, 시험 걱정 등 청소년만이 누릴 수 있는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4부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자못 날카롭고 깊이 있는 청소년들의 생각이 성인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선사한다.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을, 학부모에게는 교감을, 교사에게는 영감을

청소년․학부모․교사가 같이 보고 느끼는 청소년의 삶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는 청소년에게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친구들이 쓴 글에서 위안과 공감을 얻으며 책 속 친구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좋겠다. 학부모 독자는 요즘 청소년들의 내면을 엿보고 자녀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청소년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바라는 애정을 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책 쓰기'가 떠오르는 요즘, 교사들이라면 책 쓰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어 보자. 수상이나 입시와 거리가 먼, 아이들의 정신이 살아 있는 글을 통해 쓰기 교육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문집 한번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이 책이 교사에게만 주는 덤이다.



본문 작품 미리보기



1 담배 도둑 _ 나·가족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사탕 한 번 훔쳐 본 적 없던 내가

담배 도둑이 된 이유는, 어쩌면

아빠의 슬픔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 제주 남녕고 홍하림, 「담배 도둑」 중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하면 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올지, 엄마의 마음을 열고 싶은데 어떻게 열어야 할지. 아침까지 성질부리고 화내며 엄마 마음에 못 박은 게 너무 미안했다. 겨우겨우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지금 엄마 마음의 문을 열어 조심스레 못을 뽑고 못 뽑은 자국을 지워줄 수 있을까?’

아니, 꼭 해야만 한다. 휴대폰을 꺼내 울고 있을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다.

‘똑똑똑’

- 서울 인수중 최하늘, 「똑똑똑」 중



 



2 소파의 틈 _ 일상·사물



내 유년기의 상징은

굳센 의지를 갖고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이겨 내야 하는 일들

힘들다고 아프다고

거부하는 나는



내 ‘겨털’이라도

본받아야겠다

- 전북 정읍고 서민경,「날개」 중



 



예전에 잃어버린 사소한 추억이나 미련 나부랭이들이 뒤덮인 것들을 어둡고 깊은 틈 사이에서 토해 내는 소파를 보면 나는 많은 생각이 든다. 이 틈 사이에 어떤 수상한 나라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소파 밖의 사람들 물건을 아무도 모르게 슬쩍 가져가서 주인이 체념하고 잊어버릴 때까지 쓰다 내버리는, 옷장 속에서 살그머니 나와서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을 놀라게 하는 괴물들이 나오는,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그런 곳 말이다.

- 충남 홍성여중 장현민,「소파의 틈」 중



 



3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 _ 학교·친구



쉬는 시간 그 아이는 내 짝사랑을 불러내고

내 이름을 말하네. 계속, 계속, 계속

나의 이름을 알게 된 그는 나를 찾아다니고

나는 피해 다니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단 한 가지의 비밀

그 비밀의 당사자에게 들켜 버린

비밀

- 경기 평택 장당중 장정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중



선생님께서 반 여자애들 모두에게 함께 신을 수 있는 양말을 선물로 주신 건 처음이었다.

다른 반은 범접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끈끈함이 생긴 것 같았다.

- 경기 김포외국어고 최은영,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스루 양말」 중



 



아이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순백색의 메리야스를 받았다. 정말 하얗다는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때가 탈 듯한 색이었다.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왔고,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상장을 받듯이 메리야스를 받았다. 재질이 신기했다. 내가 어릴 때 꺼려하던 그런 재질이 아니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신기한 재질이었다. 안경점에 가서 새 안경을 사고 받는 부드러운 안경 닦이 같은 느낌이었다.

- 경기 김포외국어고 최태연, 「메리야스 입는 날♪」 중



4 잡종 똥개 _ 사회



무심코 TV를 보다 마주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눈물

눈물 속에 아픔이 훤히 보이는데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

굳이 할머니들의 증언이 필요할까

이런 매정한 세상

- 경기 의정부 민락중 하승연, 「70주년」 중



 



선생님은 수잔이 오늘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반 아이들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괴롭히던 대상이 사라져서인지 미안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그날 하루 종일 우리 반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눈에 보인 잡종 똥개의 빈 자리에, 한참 그 앞에 서 있었다.

- 경기 화성 봉담고 임현아, 「잡종 똥개」 중



엮은이 소개



문집을 통해 만난 청소년들은 여전히 생기발랄하고, 꿈 많고, 서투르지만 진솔한 모습이었어요. 친구와의 우정이 소중하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전히 두근거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잘 소통하면서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가족이나 이웃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도 읽을 수 있었고, 당면한 사회 문제를 염려하는 글도 읽을 수 있었어요. 청소년들은 온통 게임과 영상 문화에 파묻혀 있는 줄 알았는데 지레 걱정을 한 거지요. 요즘 같은 학교 환경을 생각한다면 교실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을 담은 글을 모아서 문집으로 묶어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 ‘엮은이의 말’ 중



 



정희성  시인

고용우  울산제일고 교사

김영호  대전 보문고 교사

최재봉  한겨레 기자

하경화  경기 양주 회천중 교사



 



차례



1부 담배 도둑_나․가족

신기한 존재들 / 사춘기 / 닮고 싶다 / 엄마가 뿔났다 / 동생과의 일상 / 자음으로 행시 짓기 / 담배 도둑 / 말동무 / 아버지의 무게 / 미래의 나의 아들에게 / 아침밥 / 아들, 너는 죽었다 / 밤 10시의 길 / 16살, 16년 동안의 삶 / 똑똑똑 / 나의 증조할머니 / 아빠와 보름달 배 / 40대 아버지의 기타 도전 / 기다림 / 살모사 기르기



 



2부 소파의 틈_일상․사물

섬물 / 시 쓰기 어렵네 / 잠깐 작별 / 벚꽃 / 풍선 / 내 마음은 실내화 / 날개 / 라벤더에게 / 골목길 / 그네에서 / 시조 짓기

소파의 틈 / 운수 나쁜 날 / 재래시장의 추억 / 포근한 한 그릇 / 버려진 두부와 내 엄지발톱 / 솥구멍, 그 자체로 / 인생 게임



 



3부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_학교․친구

문 열기 / 생각 / 우리들은 달팽이다 / 등굣길 /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 좋아한다 / 정리 해고 part 1 / 정리 해고 part 2 / 헝그리 정신 / 화해하고 싶으니까 / 달빛이 유난히 밝았던 우리들의 밤 / 이행시 짓기 _‘시험’ / 한숨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스루 양말 / 메리야스 입는 날♪ / 한국에 돌아와서 / 친구들에게 / 그림으로 보는 우리 반 사건, 사고 / 심우장 나들이 / 고3으로 살아가기



 



4부 잡종 똥개_사회

개화 / 촛불 / 70주년 / 여대 나온 여자 / 내 인생의 ‘색칠’ / 잡종 똥개 / 지지 않는 꽃 / 우아하게 포장된 폭력을 말하다 / 따뜻한 자본주의, 빈곤의 사슬을 끊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세계를 구하라 / 기울어진 봄, 우리가 본 것들


저자 소개

하경화 (글)

경기 양주 회천중 교사

정희성 (엮음)

시인. 김수영 문학상(1981), 시와 시학사상(1997), 만해 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으며, 대표 저서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詩를 찾아서』 등이 있다.

고용우 (엮음)

충남 예산의 대흥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으며 1993년부터 울산제일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언어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대안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여 『고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을 함께 집필했다. 이후 『문학 시간에 소설 읽기 1~4』 집필에 참여하였으며, 20년간의 국어 수업을 정리하여 『언어 능력을 기르는 국어 수업』을 집필했다. 국어 교육의 새 길을 열자는 취지로 결성한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여러 역할을 맡아 왔으며, 언어 활동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고, 감성을 기르고, 주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국어 교육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호 (엮음)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대전교육연구소장, 대전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전민예총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84년 『한국문학의 현단계 Ⅲ』(창비)에 평론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문학평론집 『지금, 이곳에서의 문학』(2013, 봉구네책방), 사화집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꾸다』(2014, 봉구네책방)을 펴냈으며, 공저로 『대전문학의 始源』(2013, 심지), 『넌 아름다운 나비야』(2014, 작은숲)가, 편저로 『선생님, 시 읽어 주세요』(2011, 창비), 『일본탈출기』(2015, 봉구네책방),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2016, 창비), 『와, 드디어 밥 먹는다』(2018, 창비교육)가 있다.

최재봉 (엮음)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겨레에 입사하여 줄곧 문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문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써 왔다. 그간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 『거울나라의 작가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악평: 퇴짜 맞은 명저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