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딩 아빠다

창비청소년시선 11

정덕재
출간일
3/5/2018
페이지
124
판형
신국판 변형(145*210mm)
ISBN
9791186367858
가격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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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 고딩 시절이 아빠의 시가 될 줄 몰랐다”



 



고등학생 아들과 아빠의 일상을 담은 유쾌한 청소년시집



 



 



『나는 고딩 아빠다』는 고등학생 아들과 아빠의 현실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은 청소년기 아들을 지켜본 경험과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시로 옮겼다. 시에 등장하는 소재와 이야기 대부분은 아들의 실제 생활이고, 아들 또래들의 이야기다. 아빠는 아들에게 맛있고 자극적으로, 불량 식품처럼 다가간다. 아빠는 아들과 온몸을 조이며 레슬링을 하고 낄낄대기도 하지만, 아들의 땡땡이를 응원하는가 하면 잠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탄력 잃은 공처럼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자신을 조용히 바라봐 주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덕재 시인의 『나는 고딩 아빠다』는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 열한 번째 권이기도 하다.



 



“열아홉 살 아이와 눈을 마주한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쓰다듬는 응원가



시인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는 아들을 차에 실어 교문 앞에 내려 줄 때마다 아들의 생활에 한 발짝씩 다가갔다. 아들의 고등학교 생활, 아들과 나눴던 시시콜콜한 대화, 아들에게 들은 친구들 이야기는 그렇게 시가 되었다.



『나는 고딩 아빠다』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고딩을 보는 아빠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시가 많다. 그 솔직함 때문에 이 시집은 마치 ‘청소년 관찰 일지’를 보는 것 같다. 행간에 숨은 관찰자의 나지막한 탄식과 불만, 걱정은 덤이다. 청소년과 부모 모두 각자의 마음으로 함께 읽을 수 있는 시집인 셈이다. 한편, 이 시집의 마지막에는 시인의 아들이 쓴 발문이 있다. 자기 이야기를 쓴 아빠의 시를 읽은 아들의 가감 없는 평은 이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빠는 나에게 불량 식품 같은 느낌이다.”



고딩 아들과 아빠, 맛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



아빠는 아들에게 불량 식품처럼 다가간다. 술에 취해 아들에게 동화를 읽어 줄 때(「술 취한 낭독자」, 18~19쪽)도 그랬고, 아들과 함께 노상 방뇨를 했을 때도 그랬다(「개 짖는 밤 오줌을 누며」, 16~17쪽). 아빠는 아들에게 수업 시간에 들키지 않고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수업 시간에 소설책 읽기」, 28~29쪽), 자신을 빼닮은 아들의 얼굴을 보며 당황하기도 한다(「야수파의 붓질」, 26~27쪽). 아빠와 아들이 그려내는 평범한 듯 자극적인 일상은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1년간



오리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 것은



개나리가 학교 담장을 감싸 안은



고3의 봄날



야간 자습 땡땡이치고



PC방에 갔다가



선생에게 걸려



오리걸음 벌을 받고 돌아온 날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빠 아들이 아니야



 



열흘이 지나지 않아



훈제오리를 먹고



아들이 아닌 행세를 하느라



아비를 아비라 하지 않고



아저씨라 불렀다



― 「봄날의 오리」 전문(22~23쪽)





등을 긁는 수염이



죽비라도 된다면



마당을 쓰는 늙어 가는 빗자루가 된다면



수염이나 등이나



서로가 기대는 건 마찬가지다



수염이 등에 닿는 순간



소리를 지르는 걸



나는 감격의 탄성이라 말하고



아들은 웃기는 고문이라며



낄낄거린다



― 「시원하게 등 긁기」 부분(24~25쪽)




“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빠는, 엄마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는 청소년시집



화를 참지 못해 벽에 구멍을 낸 아들의 주먹 덕분에 아빠는 도배지 아래 내장재가 석고임을 처음 알았다(「벽」, 62쪽). 아빠는 공부한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한 아들의 노트와 책을 보고도, 축구화와 운동복만 들어 있는 책가방을 보고도 야단치지 않는다(「가방은 대체로 비어 있다」, 54쪽). 오히려 아들이 학교에서 웃는 날이 사흘뿐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교실에서 참새와 사흘 동안」, 45쪽)야간 자습을 땡땡이치는 아들을 말리지 않는다(「둘 다 땡땡이」, 50쪽). 아들과 아들 또래의 청소년들이 꿈을 그리고(「옥상에서 겨울잠」, 56~57쪽), 기지개를 켜길 바라기 때문이다(「여름에 자는 겨울잠」, 64~65쪽). 아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편지를 받다」, 40~41쪽)묵묵히 응원한다(「답장을 하다」, 42~43쪽). 




도배지를 붙인



내장재가



합판이 아니라



석고보드라는 사실을 안 것은



벽을 친 고딩 놈 주먹 덕분이다



화를 참지 못하거나



불같은 화가 솟아오르거나



마음을 어쩌지 못할 때



단단한 벽은



금세 마음의 문을 열어 준다



 



벽에 구멍이 나면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구멍은



마음의 환기구다



― 「벽」 전문(62쪽)





새벽 3시가 지나면



선수 교체의 용병술을 보인



리버풀 감독이 포효를 하며



거실에서 잠든 아들을 깨운다



세 시간 후에는



축구를 맘대로 하지 못하는



빈 운동장을 지나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



― 「새벽 3시의 거실」 부분(72~73쪽)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친구들이 컵라면과 김밥을 사 줬다



친구들도 함께 땡땡이를 쳤다



친구들은 칭찬을 해 줬다



친구들이 세상을 견디는 힘이다



― 「친구들」 부분(102쪽)




이 시집은 청소년기 자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하는 부모들과 부모님들이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함께 읽어야 할 시집이다.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부모님들과 말없이 방문을 걸어 잠그기만 했던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으며 만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 추천 글



내 고딩 시절이 아빠의 시가 될 줄은 몰랐다. 시를 읽다 보면 그 시절의 일들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등하교할 때 아빠 차에서 나눴던 시시콜콜한 대화들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에는 나와 아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이 시집은 타임캡슐 같다. -정현우(시인의 아들)



 



화를 참지 못해 벽에 구멍을 낸 고딩의 주먹 덕분에 아빠는 도배지 아래 내장재가 석고임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아빠는 열아홉 해 동안 아들의 손톱을 깎아 주었고 아들은 구멍 난 벽을 바라보며 아빠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여기 한 아빠가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아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대지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노래는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향해 하는 쌉쌀한 자랑질로 시작해 아이의 발걸음 소리에 몇 번씩 선잠을 깨는 부모의 마음 졸임으로 변했다가 이 계절을 잘 견디자며 서로를 쓰다듬는 응원가로 메아리친다. -김병호(시인, 과학 저술가)



 



▶ 시인의 말



아들을 지켜본 경험과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시로 옮겼다. 이 시에 등장하는 소재와 이야기의 대부분은 아들의 생활과 실제로 관련된 것들이다. 녀석은 학교에 다니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생각했다. 친구들과 축구공을 차며 탄력을 잃은 공의 운명을 측은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빈 가방이 무거웠던 것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집을 묶을 즈음에 관계를 생각했다. 시에 등장하는 혈연의 부자 관계가 아니라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과의 관계를 돌아봤다. 화자의 시선에 따라 대상은 가슴에 안기기도 하고, 저 멀리 풍경으로 놓여 있기도 한다. 이 시집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시인의 아들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지극히 사적인 선물이다. 선물이라는 게 때로는 받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 몰래 주는 경우도 있고 형편에 따라 중고 매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 시집이 누군가의 손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읽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어쭙잖은 바람이다.



 



▶ 저자 소개



정덕재



초등학교 6학년 수업 시간에 국어책을 잘 읽는다는 선생님의 칭찬이 출발이었다. 보문산 자락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문학회에 들어가 3년 내내 시를 썼다. 20대 중반이었던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이름 석 자를 아주 잠깐 알린 뒤 시를 멀리했다.



이후에는 방송 원고와 영상 관련 글을 팔이 빠지도록 썼다. 대부분 밥벌이를 위해 키보드 앞에 앉았지만 가끔은 알레그로로 자판을 두드렸다. 멀리 오니 돌아가고 싶었던지, 시가 그리웠다.



뒤늦게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 『새벽안개를 파는 편의점』을 냈다. 그사이에 여기저기 칼럼과 르포와 여러 종류의 글을 썼고 전자책 『고딩 아빠 잡설』을 내기도 했다. 10대 중반에 시작한 글쓰기를 50대까지 이어 왔다. 열심히 읽고 쓰고,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오늘은 후회하고 내일은 반성하며 계속 쓸 수밖에.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이번에 출간된 정덕재 시집 『나는 고딩 아빠다』와 한상권 시집 『그 아이에게 물었다』까지 총 12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킬 조금은 위태롭고 조금은 삐딱한 노래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저자 소개

정덕재 (글)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몇 권을 펴냈다. 수만 장의 방송 원고는 전파로 날아가 사라졌다. 세상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뭐든 쓰려고 한다. ‘사랑할 시간은 서서히 줄어들거나 급하게 사라지거나’, 쉰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