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와 놀자! 마음껏, 신나게”
청소년 시인들의 탄생! 청소년들이 쓴 청소년시집
『와, 드디어 밥 먹는다』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창비와 한겨레신문사가 함께 진행한 ‘학급 문집 만들기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 작품 가운데 60편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청소년시집이다. 『와, 드디어 밥 먹는다』에는 꾸미지 않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청소년 시인들은 자기 내면의 이야기뿐 아니라 친구, 가족, 학교, 사회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발랄하고 명랑하게, 때로는 날카롭고 진지하게 그려 냈다. 시는 전문 작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시를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노래하듯, 춤추듯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좀 더 친숙하고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김영호·최은숙이 엮은 『와, 드디어 밥 먹는다』는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 열다섯 번째 권이기도 하다.
“친구들이 쓴 우리 이야기에 눈이 반짝”
청소년들이 써서 가장 빛나는 청소년 이야기
넘치는 생기와 무한한 가능성만큼 고민거리도 많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직접 연필을 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냈다. 『와, 드디어 밥 먹는다』에는 예쁘고, 밉고, 발랄하고, 다양한 청소년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때론 어깨를 축 늘어뜨릴지라도, 입술에 바르는 빨간 틴트 하나면 힘이 나고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사실보다 드디어 밥 먹는다는 것이 더 즐겁다.
청소년들의 세상을 담아내는 것이 청소년시라면, 청소년들이 직접 쓸 때 가장 빛나지 않을까? 『와, 드디어 밥 먹는다』에는 다소 서툴고 투박할지라도 꾸밈없고 솔직 담백한 청소년들의 언어로 그려진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마음껏 펼쳐져 있다.
드디어 끝났네
망할 놈의 헝그리 정신으로
우린 우승했네
우승 트로피보다 상금보다
좋았던 것은
“와, 드디어 밥 먹는다!”
― 전북 쌍치중, 정창환 「와, 드디어 밥 먹는다」 부분(62~63쪽)
“나 혼자라도 ‘나’님을 존중해야겠다!”
‘나’를 찾아 가는 이야기가 담긴 청소년시집
청소년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색한다. 양말 밖으로 쏙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을 보며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경기 예당중, 송혜원 「구멍 난 양말」, 14쪽), 점차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 자신을 새삼 발견하기도 한다(전남 구례동중, 함다현 「시간은 약?」, 16~17쪽). 그러면서 작더라도 현실적인 꿈을 꾸어야 인정받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그 과정에서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전북 남원고, 최태훈 「꿈의 크기」, 26쪽).
터벅터벅 집에 돌아와 마주친 쓸쓸한 현관문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어?
구멍 난 양말 밖으로 쏙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괜스레 울적해진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나의 존재처럼
― 경기 예당중, 송혜원 「구멍 난 양말」 부분(14쪽)
그러한 현실 앞에서 아이들은 그저 한숨 쉬며 움츠러들어 있지만은 않는다. 청소년들의 특권인 약동하는 생명력이 시집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오롯한 자기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더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와 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오늘’을 주목하고 응원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나는 나
남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런 난데 나 혼자라도
‘나’님을 존중해야겠다
― 서울 배화여중, 김규빈 「‘나’님」 부분(28~29쪽)
“가을 타는 언니가 동네 강아지보다 귀찮게 한다.”
여러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을 담다
이 시집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는 가족, 친구, 이성 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이다. 비 오는 날 친구와 우산 하나를 나눠 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레어하기도 하고(경기 서정중, 전승호 「우산 하나, 12~13쪽), 이성 친구에게 예상치 못한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난 뒤 쿵쾅거리는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한다(경기 증포중, 정한나 「사춘기」, 15쪽).
썰물 빠지듯이 다 나간다
너랑 나만 남아 있다
어색한 공기를 애써 무시하고
볼 것도 없는 핸드폰만 만진다
― 서울 배화여중, 이소정 「안 친한 친구」 부분(68쪽)
한편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때론 밉거나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오빠와 나를 차별하는 엄마의 태도가 서운하기도 하지만(인천안남중, 위희진 「차별」, 46~47쪽),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과 미안함 감정이 밀려온다.
가을 타는 언니가
동네 강아지보다 귀찮게 한다
쫄래쫄래 쫓아오며
뱉는 말이 제법 예쁘다
― 인천가좌여중, 신미선 「언니」 부분(34~35쪽)
요새 밤늦게 들어올 때도
아버지는 가끔씩 계시지만
나는 그제서야 슬프고 눈물이 난다
그렇게 담뱃불이 꺼질 때까지
뒤에 있으면 또 그제서야 느낀다
아버지의 등은 참 넓고
아버지란 이름은 참 크구나,라고
― 강원 속초고, 김동환 「아버지의 등」 부분(52~53쪽)
청소년들의 세상은 매일매일 조금씩 확장되고 달라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친구, 이성, 가족 등 자신을 둘러싼 여러 대상들과 맺는 관계 또한 그 형태를 갖추어 간다.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이 시집을 읽으면서 그러한 고민들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님에 안도하고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착해 빠져서 끝까지 믿고 있었던 거야!”
세상을 향한 청소년들의 날카로운 목소리
시집 속 청소년들은 타인의 아픔에도 깊게 공감할 줄 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부모가 느낄 비통한 심정을 걱정하며 다음 생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충북, 증평여중, 임시은 「세월」, 81쪽), 침몰하는 배 안에서 어른들을 믿고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다 떠난 학생들의 그 착해 빠진 모습에 짐짓 화를 내기도 한다(전북 전주솔내고, 양혜지 「착해 빠져서, 그대는」, 82~83쪽). 시집 곳곳에는 이렇게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당당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가만히 있으라고, 위험하다고
그 위태로운 순간에 바보같이
왜, 왜 착해 빠져서
끝까지 믿고 있었던 거야
구하러 간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일분일초가 긴박했을 상황에 바보같이
왜, 왜 착해 빠져서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 전북 전주솔내고, 양혜지 「착해 빠져서, 그대는」 부분(82~83쪽)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은 이 안에 담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문답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향해 온전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이번에 출간된 『와, 드디어 밥 먹는다』까지 총 15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킬 조금은 위태롭고 조금은 삐딱한 노래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저자 소개
김영호 (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대전교육연구소장, 대전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전민예총 이사장을 맡고 있다.최은숙 (글)
1990년 『한길문학』에 시 「하남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서산중학교와 목천중학교, 청양중학교를 거쳐 공주여자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쓴 시로 수업을 꾸리곤 합니다. 그때마다 교실에 피어나는 환한 웃음과 학생들의 얼굴에 가득 차는 생기를 사랑합니다. 시를 써 본 학생들은 시를 읽으며 살아갈 것이라고 믿으며 서점에서 시집을 사는 청소년들이 사는 마을,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서점이 있는 마을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