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으르렁

창비청소년시선 25

김륭
출간일
11/20/2019
페이지
144
판형
145*210mm
ISBN
9791189228682
가격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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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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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김륭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마음껏 사랑하고 연애하라

김륭 시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은 표제 그대로 ‘사랑’을 키워드로 한다.65편의 시 가운데 거의 모든 시에서 ‘사랑’이라는 시어가 나타날 만큼 줄곧 사랑에 대해 말한다.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은 오로지 ‘심장’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또한 “사랑은 늘 혁명”이고 “사람의 영혼”(「달걀 1」)이다. “하나가 녹으면 하나도 따라/녹아야 진짜 하나”(「19금」)가 되는 사랑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세계는 다시 시작된다”(「반성문과 연애편지」).

살짝 뽀뽀는 되지만

키스는 안 돼

하나가 되는 건 좋은데

그건 하나가 녹는 거야

하나가 녹으면 하나도 따라

녹아야 진짜 하나야

그렇게 녹아 없어지는 거야

―「19금」 부분(32~33쪽)

 

우리도 남자고 여자고, 사람이에요

청소년기는 흔히 인생에서 꽃에 비유된다. 하지만 “어떤 날은 거울 같고/어떤 날은 창문 같은//두 개의 기분”(「쌍수」)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딴판,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날마다 무엇인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밥 먹는 일보다 더 간절”(「돼지 자소서」)하지만 학교는 “사람이 아니라 유령을 원하는 그런 곳”(「한밤중 학교에서 생긴 일」)이고,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게 없는 나이”(「축지법」)이지만 꿈꿀 기회조차 빼앗긴 채 “엉뚱한 생각 말고 무조건 공부”(「배롱나무 패거리들」)만 해야 하는 좀비 같은 생활에 갇혀 있다.“내가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구름 씨」) 모르겠고, 몸만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마저 가출하고 싶다. “교복이 세상 밖으로 날아가기를 기다려 보”(「일요일」)지만 하염없고, “학교가 모르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우리가 살아 본 적 없는 세상으로/잠시 다녀오고 싶”(「결석」)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막상 “갈 데가 없”(「축지법」)다.

우리는 오늘 다 죽었어요.

그러나 죽어도 바뀌는 건 없다.

공부는 계속된다. 사랑 따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도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

죽었는데도 결석은 없다.

가끔씩 지각을 하는 애들이 긁적거리는

뒤통수가 그믐달처럼 떠오르고,

내일까지 무사히 죽어야지

공부는 계속된다.

죽어라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좀비」 전문(12~13쪽)

 

호모 아만스를 위한 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반짝이는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제곤은 ‘호모 아만스를 위한 시’라고 평한다. ‘호모 아만스’는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그렇다. 한창 꽃다운 시기에 “지금 으르렁대지 않으면/어디 한번 제대로 울어 보기나 하겠”(「사랑이 으르렁 2」)으며, 그렇게 “사랑이 훅, 들어올 때/나는 나를 다시 발견할 것”(「여여(如如)」)이다. 그러나 시인이 그리는 사랑은 단순히 청소년기에 갖게 되는 풋풋한 연애 감정 따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부가 전부인 교육 제도, 사회적 규율, 금기 등에 억눌리고 상처 입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안는 유대 감정으로 나아간다.이는 타자의 삶을 깊은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호모 아만스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그러한 공감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나는 이제/제아무리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사랑을 알아볼 수 있다”(「사랑니 1」).

길가의 꽃들이

눈에도 보이지 않는 벌레들이

어쩐지 발길에 툭툭 차이는

돌멩이들이

호랑이도 아니면서

으르렁, 한다

너를 끝끝내

잊지 않을 나의 야생이

사랑이란 가죽을

뒤집어쓰고

시동이 꺼진

구름에게도 으르렁

인사를,

―「사랑이 으르렁 3」 전문(50쪽)

 

청소년시의 새로운 지평

새로운 말법과 표현을 앞세운 실험 정신으로 동시의 영역을 넓혀 온 시인은 새로 선보이는 청소년시에서도 신선한 언어 감각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기발한 발상을 펼쳐 보이며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가도록 이끈다.이를테면 ‘사람이 비옷을 입고 걸어간다’는 문장을 비틀어 “비가 사람을 입고 걸어간다”(「비옷」)라든지 “사랑은 뇌가 없다”(「롤리팝」), “생각은 구름이 아니라 엉덩이라는 거”(「종이 의자」), “햄버거가 주관식이란 걸 처음 알았어요”(「춘향이는 끝내 햄버거를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쉽게 해석되지 않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알쏭달쏭한 문장을 되씹어 보고 제목이 함축하는 의미를 곱씹어 가면서 우리는 청소년 세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서 시인이 가리키는 저 너머, 현실 바깥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시험 기간만 되면 그 앨 못 본다.

공부가 사랑과 마주치는 순간 나는 비겁해진다. 사랑이다, 또 도망가야 한다. 마약치킨이나 회오리감자 따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밥이 똥으로 변할 때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입안에 머리를 넣고 빨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다행이다, 사랑은

뇌가 없다.

―「롤리팝」 전문(37쪽)

 

 으르렁, 사랑이 우는 소리

김륭 시인의 청소년시는 확실히 이전의 청소년시들과는 사뭇 다르다. 시인 특유의 말하기 방식은 새로운 독법을 요구하며, 기존의 독법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여럿 들어 있다. 그러나 지레 고개를 돌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읽히는 대로 읽고 마음 가는 대로 느끼면서 “내가 내 안에서, 내가 당신 안에서, 사람이 사람 안에서 사랑을 꺼”내어 “문득 심장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으르렁, 끝까지 사랑을 울어” 주기만 하면 된다. “사랑에 관한 의미를 탐구하는”(김제곤, 해설) 김륭의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은 청소년 독자에게 색다른 시 맛과 재미를 선사하면서 청소년 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한다.

 

 

시인의 말

열 페이지 정도를 읽고 난 뒤 가만히 눈을 감았으면 한다. 가만히 귀 기울여 으르렁, 제각기 페이지를 넘기던 당신 안에서 사랑이 우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를 갖고 있구나, 하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추천사

『사랑이 으르렁』은 표제 그대로 ‘사랑’을 키워드로 한다. 시인이 그리는 사랑은 단순히 청소년기에 갖게 되는 풋풋한 연애 감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제도나 질서, 금기에 짓눌려 상처 입은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고자 하는 열망에 닿아 있다. 사랑에 관한 의미를 탐구하는 시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시들을 서로 연결 지어 감상하다 보면 시적 의미가 좀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제곤(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김륭 (글)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를 떠올렸다. 한 달에 한 번쯤 앵무새 카페에서 여자 친구를 만난다는 초등학교 5학년. 어른 작가로서 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카페에 갇힌 앵무새와 책 속에 갇혀 컹컹 짖는 개의 입을 빌렸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동시를 읽는 일과 인간다움을 묻는 일, 동시를 쓰는 일과 아름다움을 묻는 일을 말하는 거다. 그걸 잃어버릴까 봐. 가끔씩 내 안에서 나를 찾아볼 때가 있다. 내 안에 있는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그렇게 찾은 나를 물끄러미 내가 아닌 듯 바라볼 때가 있다. 마침내 온다, 내가 모르는 사랑이, 내가 모르는 슬픔이, 내가 모르는 절망이 온다.
아이가 지금 아이들을 말하고 있으니까, 내게 남아 있는 아이가 아직도 있으니까.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나는, 내 몸에서 일어난 일마저 잘 몰라 허둥대는 날이 많다.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제9회 지리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가 있다. 동시집으로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등을 냈으며, 이야기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와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등을 업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