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교 밖 아이

창비청소년시선 08

김애란
출간일
3/20/2017
페이지
152
판형
신국판 변형(145*210mm)
ISBN
9791186367490
가격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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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공부하기 싫어 학교 때려치웠구나?”



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나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난 학교 밖 아이』는 학교를 그만둔 뒤 어디서든 예외로 취급받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집이다. ‘학생’이 아닌 아이들이 겪는 소외와 아픔, 그리고 이를 딛고 선 성장을 그려 냈다. 이 시집은 ‘학교 밖 아이들’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청소년시집과 다른 개성을 지닌다. 시인은 학교를 벗어나 편견과 소외의 그늘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66편의 시에 담아 성장서사로 보여 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와 무관하게 여겼던 아픔이 마치 나 자신의 아픔처럼 느껴진다.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애란 시인의 『난 학교 밖 아이』는 ‘창비청소년시선’ 여덟 번째 권이다.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담임 샘은 많은 것을 잃을 거라고 말했다.”



학교 밖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소년들의 이야기



청소년은 으레 다 ‘학생’이라 여긴다. 『난 학교 밖 아이』에는 학교 폭력, 질병, 가정 폭력과 빈곤, 친구 관계 등으로 고통을 겪다 학교를 떠난,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이 있다. 이제껏 이 아이들의 삶과 아픔을 청소년들의 목소리 그대로 담아낸 시집은 없었다.



주된 화자인 ‘승연이’가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을 출발점 삼아 그 후 쏟아진 세상의 따가운 시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만난 학교 밖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다시 꿈을 꾸는 이야기가 1~4부에 담겨 있다. 이 시집은 학교 밖 아이들에게 “괜찮아.” 하고 위로하고, “넌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주고, “잘했어.” 하고 인정해 준다.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교복을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아이들을 다시 한 번 외면하는 세상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 전부가 공부가 싫어 학교를 때려치우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많은 이유보다/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더 절실하지 않기를/기도하고 기도”(「절실한 이유」)한다. 그럼에도 결국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거나 가정 폭력에 진저리 치다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만다. 승연이 역시 수만 개의 바늘이 찔러대는 것 같은 중증 아토피로 괴로워하다 학교를 그만둔다. 아픈 몸으로는 하루 여덟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를 그만두면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았지만 이들이 교문을 나선 후에 마주하는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친구들의 외면(“나는 고등학교를 다닌 지 석 달 만에 자퇴를 했다/그러자 많은 친구들이 핑계를 대며 만나 주지 않았다”「지우와 나」), 어른들의 편견(“니들 공부하기 싫어 학교 때려치웠구나?”「부러워서 그래요」), 이로 인해 밀려오는 자괴감(“학생증을 내밀 땐 몰랐는데/청소년증을 내밀고부터/보는 눈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청소년증」) 등 또 다른 아픔에 직면한다.




자퇴서를 내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알바를 구한다는 중국집이었습니다



자퇴생은 안 쓴다는 중국집 주인아저씨 말대로



나는 중국집 알바도 할 수 없습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찾아간 학교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며 멀어져 간 친구들 말대로



나는 학교 친구들과 놀 수 없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걸었습니다



우주 미아가 되어 별과 별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행인과 어깨를 부딪칠 때마다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하느님은 알지요」 부분





식탁에 사기그릇이 떨어졌다



사기그릇은 이빨이 빠졌고



식탁 유리에 금이 갔다



꿈틀, 애벌레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잘못 보았겠지 꿈틀, 꿈틀……



수많은 애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식탁 유리에 간 금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고 있었던 것이다



잔가지를 치면서 (중략)



 



열일곱 해 나약한 내 생이



저렇게 산산조각 나면 어쩌나



겁나는 봄날이었다



― 「봄날」 부분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겁나는 봄날’을 맞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 낸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안정된 제도권 안에서도 휘청거리기 마련인 청소년기를 편견과 차가운 비난의 시선 속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색안경을 썼던 어른들이나 또래 아이들이 학교 밖 아이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또 학교를 그만둔 것은 단지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일깨운다.



 



 



“바보야,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상처 난 발들이 모여 별을 만들다, 나의 미래를 껴안다!



학교와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이 한없이 커져 그리움을 다이어트해야 하고(「다이어트」), 학교를 그만둬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어 죽은 듯 잠만 자야 하는(「한동안」)승연이에게 힘을 준 사람은 엄마와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비슷한 아픔을 지닌 또래 친구들이다.




괜찮아



학교를 나오며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햇살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하굣길이었다



― 「절실한 이유」 부분




엄마는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딸을 토닥이며 “지금은 암것도 안 보이고/똑 죽을 거맹키로 막막한 거 같어도/일단 나서면 보이는 게 길”(「길」)이라며 격려해 준다.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이 바부팅아”(「너만 힘든 거 아니야」)하고 외치며 참고 참았던 눈물을 함께 흘린다. 외로움과 좌절에 빠진 아이들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진심이 담긴 위로와 공감, 서로의 꿈을 지지해 주는 믿음이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보듬어 주며 새로운 꿈을 품는다. 할아버지 댁으로 떡을 만드는 일을 배우러 떠나고, 필리핀 남쪽 나라 팔라우에 가서 다이버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시를 읊어 주는 물리치료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학교 밖에서, 당당하게.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퇴한 정우



가정 폭력에 진저리 치다 가출한 혜영이



도둑으로 몰렸던 미란이



왕따로 주눅 든 채은이



공부에 지친 예린이 수빈이



엄마 아빠가 그리운 지우 은수



몸이 너무 가려운 나



 



상처 난 우리를 껴안듯



가만히 미래를 안아 봅니다



두 손 안에 폭 안긴 미래



우리들 심장이 요만할까요?



 



미란이 예린이 채은이 정우 혜영이



수빈이 지우 은수 승연이



우리는 돌멩이만 한 심장을 안고



데굴데굴 굴러서라도



저 먼 미래를 향해 갈 겁니다



― 「미래를 껴안다」 부분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김애란 시집 『난 학교 밖 아이』까지 총 8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킬 조금은 위태롭고 조금은 삐딱한 노래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 추천사



 학교 밖 아이들, 가만 불러 보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건 왜일까요. 그건 어쩌면 이 아이들이 느낄 상실감, 소외감, 외로움, 불안…… 이런 감정들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데서 오는 자책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시집이 이 아이들에게 “괜찮아.” 하고 위로하고, “넌 할 수 있어.” 하고 용기를 주고, “잘했어.”라고 인정해 주는 그런 친구 같은 시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말」에서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읽노라면 ‘학교 밖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이상한 위로와 마음의 평안 같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시집에 나오는 ‘학교 밖 아이들’은 웬일인지 단순히 제도권 학교에서 밀려난 청소년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를 상징하는 것도 같고 혹은 주류에서 밀려난 우리 현대인들, 혹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의 삶을 슬며시 되비쳐 보여 주는 것도 같다.



-김제곤(문학평론가)



 



 



 



▶ 저자 소개



김애란



경기도 광주 벌말에서 나고 자랐다. 아름다운 마을 벌말 이야기를 시로 쓰는 게 꿈이다. 우선은 청소년시를 더 쓰고 싶다. 아직 써야 할 학교 밖 아이들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학교 밖 아이들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이 아이들 이야기를 시로 쓰는 게 최선일 것 같다. 그다음에 분명 더 할 일이 있을 것이다.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고,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제2회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집 『내일 익다 만 풋사과 하나』,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 『일어나』, 『사랑 예보 흐린 후 차차 맑음』, 『엄마를 돌려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등을 냈다.


저자 소개

김애란 (글)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대학원 때 쓴 산문을 출판사에 보냈는데 덜컥 책이 되어 나왔다. 신기했다. 그 뒤로 글을 많이 썼다. 시, 동화, 동시, 청소년시, 청소년소설. 더러는 책이 되고, 더러는 무덤이 되었다. 책이 되면 부끄러웠고, 무덤이 되면 아팠다. 언젠가 부끄럽지도 아프지도 않은 글을 쓰고 싶다. 지금은 용인의 어느 산자락에서 시 쓰기 멘토링을 하며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고, 2001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시가,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제2회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집 『내일 익다 만 풋사과 하나』,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 『일어나』, 『사랑 예보 흐린 후 차차 맑음』, 『엄마를 돌려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청소년시집 『난 학교 밖 아이』 등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