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한성우
출간일
11/19/2020
페이지
328
판형
148*210
ISBN
9791165700409
가격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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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자장면’은 맛있고 ‘짜장면’은 맛이 없나요?”



“‘설겆이’든 ‘설거지’든 깨끗이 닦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말의 주인은 늘 옳습니다, 이제는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갈 시간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적하고, 발음을 문제 삼고, 세세한 단어나 표현 하나하나에 시비 걸기 바쁜 소위 ‘빨간 펜’ 선생님들이 많다. 우리는 ‘둘레길’이든 ‘둘렛길’이든 상관없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 뿐이다.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 ‘꽈방’에서 ‘김빱’을 먹으면 탈이라도 나나? 그렇지 않다. 여기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는 말, 그 말이 곧 한국어이고, 그 말을 쓰는 모든 이가 우리말의 주인이며, 그들은 늘 옳다고 말하는 국어학자가 있다.



이 책은 대부분의 책에서 우리말과 관련한 작고 사소한 것들을 그 옳고 그름을 규정해서 옳은 것을 암기하게 하거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글은 결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거나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스마트폰을 활용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알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의 말과 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의 문제를 다시금 되짚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설겆이’는 틀리고 ‘설거지’가 맞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이 책에는 국어학자 한성우가 말의 주인들과 같이 들여다보고 싶은 주제를 다룬 20꼭지의 글이 실려 있다. 말과 글과 관련하여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끄집어내어 그 시각을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글들을 바탕으로 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고,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인간상세





 



작가 소개



한성우



음운론과 방언학을 전공한 까닭에 각 지역의 언어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말의 주인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주인임에도 늘 주눅이 들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언젠가는 이들을 위한 글, 즉 말의 주인에게 바치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방언정담』, 『우리 음식의 언어』, 『노래의 언어』, 『문화어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당신은 말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국어학자 한성우, 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 모여서 곧 우리말, 한국어를 이루지만 정작 우리는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는커녕 늘 말 앞에 주눅이 들어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주변에 맞춤법이니 띄어쓰기니, 어법이니 운운하며 틀린 것을 찾아 지적하기 바쁜 ‘빨간 펜’ 선생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학자 한성우는 중요한 것은 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지 이런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언젠가는 이들을 위해 ‘틀려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해 주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틀려도 된다고,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말의 주인들은 늘 옳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더불어 우리의 말과 글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나 말의 주인으로서 말을 마음껏 부리며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고, 수많은 주인들의 무언의 합의 속에 말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조금 더 당당히 주인 행세를 하고 싶다면 말에 대해 조금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실린 20꼭지의 글이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말의 주인 노릇을 해 오면서 오늘날의 말과 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시점에서 보면 우리의 말과 글은 엉망일 수 있지만 공동 주인의 한 사람으로 사방을 둘러보면 우리의 말과 글로 별 탈 없이 잘들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주인은 자신의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결코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간혹 우리의 눈과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이 책은 우리를 진정한 말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시간으로 이끈다.



  





  



책 속에서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지닌 문제에 대한 지적은 형식적으로는 맞습니다. 한국인 모두를 포함해서 ‘저희’라고 하면 의도와 관계없이 한국인 모두를 낮추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라’가 낮춰진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표현의 의도는 듣는 이를 고려해서 말하는 사람 스스로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낮추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는 이를 낮춰 듣는 이를 높이고자 한 것이 그 의도와는 다르게 듣는 이도 낮춰진 상황이 되었을 뿐 ‘저희’가 꾸미는 말의 격까지 낮춘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 이런 표현이 나온다면 그것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는 ‘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나’보다는 ‘너’를 위한 것, 그것도 너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_ 74~75쪽, 「저희 나라에 대해 여쭤보세요」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인 ‘갑툭튀’처럼 어느 날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세상에 퍼져 많이 쓰이는 사례를 보게 됩니다. 이런 말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퍼 나르기 바쁘고, 기자들은 이를 비판하면서 오히려 세상에 퍼뜨리고, 근엄한 국어 선생들은 질책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이 헛된 수고일 뿐입니다. 퍼 나르지 않아도 퍼질 말은 퍼지고 ‘갑쑥사’ 할 말은 갑자기 쑥 사라집니다. 기자가 비판하지 않더라도, 국어 선생이 질책하지 않더라도 말의 주인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그 운명을 결정합니다.




_ 256~257쪽, 「옥떨메의 도전을 허하라」에서



 




번역 투 때문에 우리말이 오염되거나 파괴된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일 저녁에 모임을 가지자.”에서 ‘가지다’가 영어 ‘have’를 직역한 것이라지만 그래도 ‘가지다’는 우리말입니다. “모임을 가지자.”나 “모이자.” 둘 다 우리말이고 뜻이 통하면 굳이 가려서 쓸 필요는 없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번역 투여서 “노력해야 한다.”로 바꾸어야 한다지만 앞의 표현이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면 써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외국어의 단어나 표현 몇 개, 혹은 문장 구성이 우리말에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말은 오염되거나 파괴되지 않습니다.




_ 287쪽,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에서


저자 소개

한성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