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802권의 학급 문집에서 찾은 전국 중고생 179명의 반짝반짝 글 141편
조용히 있으라고요? 우리도 할 말 은근 많거든요?
우리가 생각 없이 산다고요? 아닌데요, 우리도 생각 있거든요!
요즘 중고생들, 어른들이 보기에 자신의 ‘말’이 있기는 한지,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자기들끼리 떠들며 노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고, 버릇없고 무섭기까지 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소통해 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요즘 중고생들, 할 말 있고 생각 있다. 알고 보면 서툴지만 자신의 소리를 내고 싶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들어 주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고생들이 자신의 말과 생각을 표현하고 나눌 지면과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교실이라는 세계에서 부족하나마 그것들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다른 사람을 만나며 아직 꿈을 꾼다. 학급 문집을 만드는 일은 그것을 깊게 경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즉 학급 문집은 학급 공동체에 속한 학생들의 삶을 바로 세우고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학급 문집에는 학생들이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오롯하고 진실하게 담겨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하루아침에 뚝딱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 권의 학급 문집이 만들어졌을 때 학생들과 교사의 마음에 자리할 것들을 생각해 보면, 학급 문집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의 수고를 감당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2013년 창비는 이러한 학급 문화를 북돋우고 알리기 위해 한겨레 신문사, 한국 작가 회의, 서울시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전북, 전남, 광주, 대구, 부산 교육청과 함께 ‘우리 반 학급 문집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참여를 희망한 전국의 여러 학급 가운데 천여 개 학급을 선정하여 학급 문집을 제작해 선물하였다. 이렇게 나온 802권의 학급 문집을 놓고 국어 교사 40여 명이 먼저 지역으로 나누어 글을 가려 뽑았다. 그리고 다시 아홉 명의 엮은이가 논의를 한 끝에 총 141편의 학생 글을 가려 모아 『나도 할 말 있음』『나도 생각 있음』의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40여 명의 교사들과 엮은이들은 다음과 같은 잣대에 따라 학생들의 글을 골랐다. 글쓴이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가? 글이 재미있는가? 감동을 주는가?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얻은 새로운 생각이 담겨 있는가? 책이나 어른들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았는가?
이런 잣대는 어찌 보면 매우 엄격한 것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쉽지 않은 현실에서도 씩씩하게 울고 웃으면서 자기가 선 자리, 이웃, 사회, 자연을 돌아보며 생각하는 힘을 보여 주는 글을 고르려고 했다.
몽글몽글 10대 마음 아슬아슬 10대 모습, 이렇게 ‘리얼’해도 되나요?
대한민국에 이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에세이 책은 많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책의 대부분은 어른들이 청소년의 눈을 빌려 쓴 것들이다. 하지만 『나도 할 말 있음』『나도 생각 있음』은 전국의 179명 중고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학생 글 모음집이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일상과 생각,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여기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나도 할 말 있음』『나도 생각 있음』에는 중고생들의 말과 생각이 1권 ‘일상, 가족, 친구’, 2권 ‘사물·자연, 성장, 사회·역사, 독서·기행’의 일곱 개의 주제로 담겨 있다. 1권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일상생활, 가족, 친구와 관련하여 기쁨, 슬픔, 즐거움, 화남 등의 다양한 감정이 담긴 이야기가 실렸다.
주룩주룩 비가 온다. 나는 또 비 오는데 찝찝하게 교복을 입는다. 인상을 찌푸리고 학교를 간다. 아, 학교가 눈앞이라. 오늘 7교시 하는 날인데…….
우산을 썼지만 바람 때문에 교복 바지가 비에 흠뻑 젖었다. 나는 생각했다. 학교를 째 볼까? …… 그리고 진짜 학교를 쨌다.
- 「비 오는 날」중, 부산 성동중 천정재
이제는 한계라고 울부짖는 어깨 위에
가방을 고쳐 매며
나를 싸고도는 겨울밤
차가운 바람에
나의 바람이 스쳐 간다
“입시는 한 번으로 끝내야지”
- 「바람과 나의 일상」중, 경기 파주 교하고 김나경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나고 싶어도
우리 집이 싫은 적은 없다.
잘 표현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서로 알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다.
- 「가족」중, 울산 대송중 정순철
2권에는 일상에서 좀 더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사물·자연, 사회·역사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담은 이야기, 자신이 한 뼘 더 자라게 된 이야기, 독서·기행을 하며 다른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더 넓어지게 된 이야기가 실렸다.
문은 선택의 도구와도 같다. ‘열까 말까’로 시작되는 단순한 선택의 기로들은 ‘어떤 방에 들어갈까 말까’, ‘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까 말까’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내 앞에 있는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것은 타인이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니까.
- 「문에 대한 고찰」중, 경기 고양 대화고 최희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는 내가 은행나무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은행나무는 대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 가로수로 널리 사랑받는다.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깊은 산중의 나무 한 그루도 좋은 삶이겠지만, 나는 도시의 가로수가 되고 싶다. 도시 속을 걷는 이에게 시원한 그늘과 산뜻한 풍경을 선물하고 싶다. 도시가 내뱉은 한숨을 보듬어 생기로 돌려주고 싶다. 서로를 비교하며 경쟁하느라 발갛게 달아오른 볼의 열을 내려 주는 가로수이고 싶다.
- 「물.들.다」중, 부산 학산여고 남수민
『노근리, 그 해 여름』이라는 책을 읽고서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 봤고, 그와 관련된 책도 많이 찾아보았다. 새로 알게 된 정보들도 많았고 잘못 알고 있던 정보들도 바르게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노근리 사건을 알고 나서부터는 내가 모르는 왜곡된 역사와 숨겨진 역사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이런 슬픈 한국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알아야 묻힌 역사도, 그 후 일어날 일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역사- 『노근리, 그 해 여름을 읽고』중, 충북 청주 금천중 오은비
이 책에 실린 141편의 시·소설·수필·감상문 등을 읽으면서 수줍고 서툴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에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순간순간의 소소한 기쁨과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썩 잘 버티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의 속마음을 읽어 나가면서 킥킥거리기도, 코가 찡해지기도, 어이없어하기도 할 때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저자 소개
신경림 (엮음)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다녔으며, 대학 재학 중 문예지 《문학예술》에 <갈대>, <낮달>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습니다. 시집에 《농무(農舞)》, 《새재》, 《가난한 사랑노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낙타》 등이 있으며, 산문집에 《시인을 찾아서》, 《민요기행》 등이 있고, 어린이책 《겨레의 큰사람 김구》,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국 전래 동요집 1, 2》 등이 있습니다.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호암상(예술부문), 4·19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문과 석좌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습니다.김병호 (엮음)
경기 광주고 교장박종호 (엮음)
서울 신도림고등학교 국어 교사. 삼십 년 가까이 머룻빛 눈동자가 빛나는 아이들과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매달려 살고 있다. 가르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있으며, 무엇이든 간절함이 덧쌓여서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가끔은 작은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 바다 건너 낯선 곳에서 여행자로 살겠다며 벼르고 있다. 뜻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창비 문학 교과서’를 만들었고, 전국 중고생들의 학급 문집 글을 모은 『나도 할 말 있음』 『나도 생각 있음』에 엮은이로 참여했다.배창환 (엮음)
시인. 1955년 경북 성주 가야산 아래서 태어났다.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겨울 가야산』등이 있고, 시선집으로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소례리 길』, 『내 생애의 별들』 등을 냈다. 문예 창작 교육에 관심을 갖고 시 교육 실천 사례와 방법을 담은 『이 좋은 시 공부』 를 썼으며, 학생글 모음집 『우리 얼른 자라서』, 『뜻밖의 선물』, 『어느 아마추어 천문가처럼』, 『36.4℃』와 시 모음집 『국어시간에 시읽기 1』외 학생 창작 시집, 수필집 여러 권을 엮었다. 분단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전교조 대구지부장과 (사)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광역시회장을 지낸 바 있다. 경북 포항장성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서미선 (엮음)
서울사대부고 교사양은희 (엮음)
전북 군산 회현중 교사오세호 (엮음)
경기 안산강서고등학교 국어 교사최재봉 (엮음)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겨레에 입사하여 줄곧 문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문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써 왔다. 그간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 『거울나라의 작가들』 『그 작가, 그 공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악평: 퇴짜 맞은 명저들』 등이 있다.한명숙 (엮음)
강원 춘천 봄내중학교 교사. 엮은 책으로 『나도 할 말 있음』, 『가고 싶은 길』 등이 있다.